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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 썰매길 만든다, 다국적 '얼음장이' 45인

스켈레톤은 5㎝, 루지는 3㎝ 적당 얼리고 깎고 쓸어내는 작업 반복 작은 알갱이 하나에도 사고 위험 얼음 표면 고르는 일 가장 중요 윤성빈 등 한국 선수 하루 6~8회 올림픽과 같은 조건서 실전 훈련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이 '새롭게'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에 위치한 '썰매 전용 경기장'인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 국민의 시선이 더 쏠리는 이유다. 스켈레톤의 '아이언맨' 윤성빈(24·강원도청)과 봅슬레이 '듀오'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연맹)가 실전훈련을 소화하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엔 대표팀 이상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슬라이딩센터 트랙을 관리하는 사람, '아이스 메이커(ice maker)'다. 이들은 요즘 평창올림픽을 치를 최적의 얼음 상태를 위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트랙 안팎을 오가고 있다. 아이스 메이커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때 최적의 상태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얼음은 올림픽에 맞춰 준비된 상태다. 현재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엔 총 45명의 국내외 아이스 메이커들이 배치돼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양성한 국내 30명 아이스 메이커들과 캐나다, 미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온 15명 아이스 메이커들이 뭉쳤다. 2011년까지 스켈레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태래 평창올림픽 조직위 슬라이딩센터 매니저는 "슬라이딩센터에서 얼음이 가장 중요하다. 강도, 온도, 깎여있는 상태에 따라서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면서 "이런 얼음을 소중하게 다루는 아이스 메이커들을 '얼음장이'로 부른다"고 소개했다. 콘크리트 트랙 밑에 매립된 냉각 파이프에 냉매를 흘려 얼음을 얼린다. 표면 온도를 영하 10도까지 낮춰 얼음이 얼면 그 위에 아이스 메이커들이 반복해서 물을 뿌려 3~5㎝ 두께의 얼음을 만든다. 무거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5㎝ 정도, 가벼운 루지는 3㎝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 얼음장이들의 설명이다. 외부 공기 온도가 영하 5도 안팎이 되면 최적의 얼음 상태가 갖춰진다. 사용하는 물의 양은 약 120톤이다. 얼음이 지나치게 두꺼우면 각종 도구로 이를 깎고 치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트랙 폭이 좁은 데다 경기장 길이가 1857m나 되는 만큼 16개 각 커브 구간마다 3~6명의 아이스 메이커들이 작업한다. 정빙기 등 기계 장비로 얼음을 정비하는 빙상 경기장과 달리 슬라이딩센터는 중장비 없이 브룸(빗자루)과 평탄작업용 스크레이퍼 등으로 얼음을 정비한다. 아이스 메이커들의 일상은 선수들보다 3시간 먼저 시작된다. 김 매니저는 "오전 9시에 훈련을 한다면 우리는 새벽 6시에 경기장에 나와서 얼음을 만든다"고 말했다. 얼음장이들은 세심해야 한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조지아의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가 루지 연습 레이스 도중 썰매가 전복돼 사망했는데 당시 고르지 않은 얼음 표면이 문제였다. 김창환 아이스메이커 팀장은 "안전은 물론이고 얼음 상태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고 100분의 1초 차로 순위가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룸과 삽을 활용해 깨진 부분이나 작은 얼음을 제거하는 마지막 작업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슬라이딩센터에서 일했던 아이스 메이커 조니 로프건(미국)은 "매끄럽게 출발하는 스타트 부분, 속도를 줄여서 원만하게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피니시 부분이 가장 예민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아이스메이커들은 "추우면서도 건조한 평창의 1월~2월 기후 덕분에 역대 올림픽 중 최고의 얼음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스 메이커들의 세심한 작업 속에 봅슬레이, 스켈레톤 선수들은 올림픽 때 탈 얼음 트랙과 같은 조건에서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이달 말까지 하루 6~8회 실전 훈련한다. 김태래 매니저는 "숙달된 운전자도 초행길을 가면 헤맬 수 있다. 같은 길을 500차례 간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게 홈 이점"이라면서 "후배 선수들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안전하게 영광의 순간을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2018-01-17

성화 봉송 스태프 500명, 그들 때문에 빛난 평창 불꽃

전국 138개 지역에 걸쳐 7500명의 주자가 2018km 거리를 달리는 대장정.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국내 봉송 76일째인 15일 서울 지역을 돌았다. 성화는 16일까지 서울 지역 봉송을 마친뒤 경기 고양과 파주 등을 거쳐 19일 강원에 입성한다. 강원 지역에서 봉송 막바지 일정을 마친 성화는 다음 달 9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개폐회식장 성화대에 최종 점화된다. 봉송 구간마다 성화봉을 들고 달리는 주자는 1명이다. 봉송 주자는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200m 안팎의 구간을 달리거나 걸어 불꽃을 안전하게 운반한다. 그런데 봉송 주자 혼자 뛰는 건 아니다. 플레임 서포터 1명이 주자 옆에 밀착해 안전한 봉송을 돕는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관 보안주자 4명이 주변을 에워싸고 달린다. 그 바깥으로는 500여명의 스태프가 봉송행렬을 함께 한다. 이 가운데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 인원만 200여명에 달한다. 불꽃 하나에 매머드급 인원이 따라붙는 셈이다. 이 많은 인원은 곳곳에서 각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우선 행사를 총괄 운영하는 기획팀과 봉송 주자와 경로를 담당하는 팀, 봉송 지역의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팀, 행사 관련 물자를 나르는 팀 등으로 나뉘다. 또 3교대로 성화가 안치된 밤 동안 이를 지키는 팀도 있다. 이들 모두가 평창올림픽을 환하게 밝힐 불꽃의 '수호자'인 셈이다. 봉송 주자 옆에서 뛰는 플레임 서포터는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다. 이들은 봉송 행사의 진행과 함께 봉송 주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주자들을 인터뷰하고 세리머니를 유도해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인다. 대학 레크리에이션과 출신으로 76일 내내 성화 봉송을 함께 하는플레임 서포터 선민지(23)씨는 "수천 명의 봉송 주자마다 각각 사연이 다르고,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더라. 새로운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걸 알게 돼 반가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성화 봉송 스태프들은 애환도 크다. 매일 수십 ㎞ 봉송을 교대로 걷거나 뛴다. 봉송 여정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제대로 쉴 수도 없다. 하루 수면시간은 5~6시간 안팎인데, 봉송 지역이 매일 바뀌다 보니 숙소에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다. 손희연 조직위 성화봉송팀 매니저는 "지난 76일간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어머니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나중에 100일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모아볼 생각이다. 백일기도의 심정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화려하게 점화될 그 순간만 상상하며 수고를 잊는다. 전 대회인 2014 소치올림픽 땐 80여 차례나 불이 꺼졌다. 2016 리우올림픽 땐 일부 구간에서 성화봉을 향한 물세례가 벌어져 성화가 꺼졌다. 다행히 평창올림픽 봉송은 사고없이 진행됐고 성화가 꺼진 건 봉송 초반 성화봉 문제로 옮겨 붙이다가 꺼진 세 차례뿐이다. 김찬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장은 "힘든 순간이 있지만,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응원에 힘을 낸다. 성화 봉송은 '성화대 점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며 "성화 봉송 슬로건인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에 맞게 남은 기간에도 많은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봉송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2018-01-15

평창올림픽 열기에 한층 뜨거워진 서울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서울을 환히 비췄다. 13~14일(현지시간)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성화 봉송 행사에선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봉송 주자로 나섰다. 지난해 11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 성화는 74일 만인 13일 서울에 도착했다. 올림픽 성화가 서울을 누빈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첫날, 성화는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매직스페이스를 출발해 종로~동대문~용산 등을 거쳐 광화문까지 달렸다. 특히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어가행렬 봉송에는 시민 1만여명이 몰렸다. 14일엔 동대문~성동 지역 등을 거쳐 잠실종합운동장 호돌이광장에 성화가 안치됐다. 유명인사들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봉송에 나섰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서울 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전유상(세일중).송한록(포항제철중) 등 '차범근축구상' 수상자 6명과 불꽃을 옮겼다. '농구 스타' 출신 방송인 서장훈 씨는 스포츠 관련 분야를 통해 꿈을 키우는 여학생 4명과 함께 광화문 인근에서 성화를 봉송했다. 그 밖에 재일동포 축구선수 정대세,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이상민 프로농구 서울 삼성 감독 등이 성화 봉송에 참여했다. 어가행렬 성화 봉송도 눈길을 끌었다. 300여 명이 출연한 어가행렬은 '세종실록 오례의'를 근거로 재구성됐다. 이홍배 황실문화원 종친회 이사장이 봉송 주자로 나섰고, 취타대와 전통 복식 차림의 행렬단이 어가를 호위했다. 성화 봉송은 16일까지 서울을 돌고, 경기 북부를 거쳐 21일 강원도에 입성한다. 한편, 한국 정부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파견할 선수단.응원단 규모 등을 논의할 실무접촉을 이어갔다. 15일 실무접촉에서 이목을 끈 건 북한 대표단의 현송월이다. '관현악단 단장'으로 대표단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현송월은 북한판 걸그룹이라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으로 유명하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기획하고 챙기는 악단이다. 한때 김정은의 첫사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현송월은 여성 예술인 가운데는 드물게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2018-01-14

올림픽 사상 첫 '남북 코리아팀' 구성

다음달 개막하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국제 종합대회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단일팀이 구성될 전망이다. 최종성사가 될 경우 지난 1991년 이후 27년만에 처음이자 단일 종목이 아닌 다양한 경기에서 이뤄진 첫 남북 연합팀이 된다. 한국 정부는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북한측에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6월 전북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ㆍ세계청소년축구대회 영광을 평창에서 재현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실현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한국을 찾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남북 단일팀 구성에 협조해줄 것을 부탁한바 있다.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이 이뤄지면 국제 종합대회로는 첫 성사라는 새 역사가 탄생하게 된다. 기나긴 남북체육 교류 역사에서 남북 단일팀 시도는 1964년 도쿄 여름올림픽을 1년 앞둔 1963년 시작됐다. 55년전 당시 남북은 스위스 로잔.홍콩에서 세차례 접촉을 가졌지만 단일팀 구성에 실패했다. 1979년 제35회 평양 세계탁구선수권에서도 단일팀 구성을 위한 노력이 4차례 있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로 좌절됐으며 1984년 LA 올림픽 단일팀 구성도 구 소련 등 공산국의 불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30년전인 1988년 서울 올림픽 직전에도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위한 협의를 3년에 걸쳐 오랫동안 진행했지만 북한이 IOC의 수정안을 거절하고 올림픽에도 불참한바 있다. 1990년부터 다소간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며 남북은 4차례에 걸친 만남 끝에 1991년 지바 세계탁구대회와 같은 해 세계 청소년 축구에 단일 '코리아팀'으로 참가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나선 코리아 단일팀은 남한의 현정화-북한의 리분희ㆍ유순복이 주축이 된 여자 단체전에서 '작은 마녀' 덩야핀이 버틴 세계 최강 중국의 9연패를 저지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축구대회 북측 최철의 결승골로 남북 단일팀이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단일팀은 1991년 탁구와 축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1년 앞둔 2007년 2월 남북은 체육 회담을 열어 구기 종목을 중심으로 단일팀을 파견하기 위해 깃발.응원가.합동훈련 방안에 합의했지만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며 취소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이어지던 개막식에서의 남북선수단 공동입장도 베이징 올림픽부터 중단되고 말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 단일팀을 시도했지만 포기했으며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는 북한의 불참결정으로 좌초됐다. 한국 선수들의 엔트리를 줄이고 북측에 와일드카드를 부여하는 등 다소간의 난관이 남아있지만 단일팀 구성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커지는 실정이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bong.hwashik@koreadaily.com

2018-01-12

피겨 신동 유영 "평창 못 가지만 베이징서 높이 뛸래요"

최종 선발전서 총점 200점 넘겨 언니들 제쳤지만 나이 제한 걸려 김연아 밴쿠버 금메달 보고 시작 최연소 태극마크 등 무섭게 성장 새벽까지 점프 훈련하는 '악바리' 링크 밖선 아이돌팬인 10대 소녀 ."언니들보다 점수가 잘 나올 줄 몰랐어요." 지난 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끝난 제72회 피겨 종합선수권대회는 뜨거운 열기와 관심 속에 치러졌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출전 선수 최종선발전을 겸했기 때문이다. 여자 싱글에선 준우승한 최다빈(18·수리고)과 4위를 차지한 김하늘(16·평촌중)이 평창 행 티켓을 차지했다. 왜 우승자가 평창 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한 걸까. 여자 싱글 우승은 유영(14·과천중)이 차지했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을 합쳐 204.68점. '피겨 퀸' 김연아(28) 이후 여자 싱글에서 총점 200점을 돌파한 건, 이날 유영이 처음이다. 유영은 지난달 랭킹배와 종합선수권에서 연속 우승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엔 설 수 없다. 올림픽 피겨에는 출전 선수 나이 제한(올림픽 직전 7월 기준 만 15세)이 있기 때문이다. 유영을 11일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났다. 표정이 밝았다. 대회 전까지 강행군하다 모처럼 휴식을 취한 덕분이다. 유영은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며 "(200점을 넘어서) 너무 좋았다. 지난달 (회장배 랭킹전에서) 197.56점을 받아,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고 욕심을 내긴 했는데, 200점을 넘어 놀랐다. 지금도 만족스럽지만,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종합선수권 시상식에서 유영은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를 끌어안았다. 유영은 김연아 때문에 피겨를 시작한 '팬'이자 '연아 키드'다. 싱가포르에 살았던 유영은 2010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걸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지금도 유영이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는 김연아가 2009~10시즌 연기했던 '007 메들리'(쇼트)와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프리)다. 열대성 기후인 싱가포르의 훈련 환경이 좋지 않았다. 일반인 틈에서 스케이트를 타야 했다. 전문 지도자도 없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영상을 보며 점프 등 기술을 익혔다. 결국 2013년 어머니(이숙희·48) 씨와 귀국해 원룸 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 이 씨는 2년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둘 생각이었다. 유영과 어머니는 한국에, 개인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인도네시아에, 큰오빠는 군대에, 작은 오빠는 싱가포르에 흩어져 사는 이산가족이 됐다. 처음 훈련을 시작한 곳은 과천 빙상장이다. 김연아가 어린 시절 연습했던 바로 그 빙상장이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힘들었지만, 피겨에 대한 열정 만큼은 강력했다. 새벽과 밤에도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불과 1년 만인 2014년 트리플(3회전) 점프를 마스터했고, 2015년엔 전 종목을 통틀어 최연소(만 10세7개월) 태극마크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2016년 종합선수권에서 언니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의 최연소 우승 기록(12년 6개월)을 10개월 앞당겼다. 지난해부터는 캐나다로 건너가 훈련하고 있다. 훈련장도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을 준비했던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이다. 유영은 "(김)연아 언니가 거기서 훈련했기 때문"이라고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어머니 이씨는 "캐나다에서 점프 전문가인 지슬란 브라이언드(캐나다) 코치를 만나 점프를 교정했다. 그 전엔 점프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빙판에선 시합도, 훈련도 '악바리'지만, 링크 밖으로 나서면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유영은 "캐나다에선 친구가 없어 외로웠다. 메신저나 국제전화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기분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취미는 셀카 찍기와 아이돌(방탄소년단·트와이스) 공연 또는 뷰티 유튜버(메이크업·패션 소재의 개인 인터넷 방송) 동영상 보기다. 경기 전 화장도 직접 한다. 어린 나이 탓에 평창 무대에 서지 못하는 유영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갈 수 없어 아주 아쉽다. 출전은 못 해도 경기라도 직접 보고는 싶은데"라며 아쉬워했다. 오는 3월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준비 때문에 평창을 다녀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국내 두 번째 성화봉송 주자인 방송인 유재석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대교에서 첫 번째 주자 유영 선수에게 성화봉송을 전달받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국내 두 번째 성화봉송 주자인 방송인 유재석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대교에서 첫 번째 주자 유영 선수에게 성화봉송을 전달받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는 서지 못하지만, 뜻깊은 추억 하나는 남겼다. 성화 봉송 주자, 그것도 첫 주자로 뽑혀 봉송행사에 참여했다. 아테네에서 성화를 채화해온 김연아로부터 성화를 이어받았다. 유영은 맡은 구간을 힘껏 달린 뒤 방송인 유재석 씨에게 성화를 넘겼다. 유영의 올림픽은 4년 뒤인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이다. 중국어 인터뷰를 목표로 중국어 공부도 열심이다. 유영은 "베이징올림픽까지 열심히 해서 (김)연아 언니처럼 점프도 잘 뛰고, 스핀도 잘하고 싶다. '클린' 연기로 좋은 점수를 받는 게 목표지만, 메달보다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때까지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효경 기자

2018-01-11

평창 성공의 문 열어줄 '비밀번호 8·4·8'

메달밭 쇼트트랙 월드컵선 순항 여자 4종목 석권 등 금5개 도전 추월자 윤성빈 썰매 첫 금 기대 '배추보이' 이상호 깜짝 금 가능성 일본, 여자 빙속 중심 거센 돌풍 한국과 치열한 자존심 대결 예고 '8·4·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2014년 12월 대한체육회가 야심차게 설정한 대한민국의 메달 획득 목표다. 즉 금메달 8개, 은 4개, 동 8개를 등 총 20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4위에 오른다는 청사진이다. 종목별로는 쇼트트랙에서 5개, 스피드스케이팅 2개, 스켈레톤 1개의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평창 프로젝트'다. 체육회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정상급 선수의 귀화도 적극 추진했다. 또 예산을 두 배(73억→158억 원)로 늘리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메달전략 8·4·8=평창올림픽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현재, 대한민국의 메달 전략은 여전히 '8·4·8'이다. 한국 대표팀의 선전은 곧 평창올림픽의 성공으로 직결된다. '8·4·8'은 한국을 성공으로 이끌 비밀번호나 다름없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 10개, 동 11개를 따냈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고 성적인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저변이 취약한 겨울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라도 평창올림픽에서 '8·4·8' 목표 달성은 필수적이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 6개, 동 2개로 종합 5위에 올랐다. 밴쿠버의 영광을 넘기 위해서는 쇼트트랙의 선전이 필수다. 평창에서 쇼트트랙은 2~5개의 금메달을 바라본다. '쌍두마차' 최민정(20)-심석희(21)가 버티고 있는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1~4차 월드컵에 걸린 금메달 16개 중 10개를 휩쓸었다. 최민정이 6개, 심석희가 2개를 땄고, 3000m계주에서 2개를 추가했다. 쇼트트랙 1000m와 1500m는 금메달이 유력하다. 하지만 3000m 계주는 변수가 많다. 올림픽에서 아직 금메달을 따지 못한 500m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최민정이 세계랭킹 1위라지만 경쟁자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조재범 여자대표팀 코치는 "최민정이 500m에 너무 신경을 쏟으면 주종목인 1500m도 흔들릴 수 있다. 오히려 부담없이 편하게 레이스를 펼쳤을 때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여자대표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남자 1500m 세계랭킹 1위 황대헌(19)과 월드컵 1차 대회 1000m 우승자 임효준(22)이 제몫을 해줘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겨울올림픽에서 금 26개, 은 17개, 동 10개를 따냈다. 쇼트트랙, 스피드, 피겨 등 '스케이트 3종목'에서만 메달이 나왔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의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윤성빈(24)이 '메달 편식'을 해결해 줄 가장 확실한 카드다. '8·4·8' 전략이 나올 당시 윤성빈은 8명의 금메달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세계랭킹 10위권이었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 평창올림픽 때는 기량이 절정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윤성빈은 2017~18시즌 6차례의 월드컵에서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스켈레톤 황제' 마틴 두쿠르스(34·라트비아)도 넘어섰다. 윤성빈은 "이제 두쿠르스만 계속 보고 가야 할 때는 아니다. 평창 트랙을 더 신경쓰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이상호(23)가 '깜짝' 금메달을 따낸다면 목표 달성은 수월해진다. 이상호는 어린 시절 강원도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을 했다. 그래서 '배추밭 스노보더'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랬던 이상호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상헌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은 "이상호의 훈련 기록이 불가리아·프랑스 간판 선수들 보다 더 좋다. 이 흐름을 유지하면 평창에서 메달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의 최재우(24), 남자 바이애슬론의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 티모페이 랍신(30) 등도 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과의 대결도 주목=평창에선 일본발 '돌풍'이 예상된다. 한국은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에서 일본에 뒤졌지만 (일본 금5, 한국 금3),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일본 금0, 한국 금2) 이후 줄곧 일본에 앞섰다. 한국은 안방에서 '8·4·8'에 성공해야 일본과의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한국에 여자 쇼트트랙이 있다면, 일본에는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이 있다. 일본은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최소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린다. 여자 500m는 평창올림픽 '한·일전' 중 백미다. 한국 이상화와 일본 고다이라 나오(32)의 한판 승부다. 고다이라는 500m에서 올해 7차례 월드컵을 포함, 국제대회에서 24연속 우승행진을 하고 있다. 이상화는 2016~17시즌부터 고다이라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1000m에도 나서는 고다이라는 2관왕에 도전한다. 제갈성렬 위원은 "고다이라는 다리에 특수 무기를 새로 장착한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자 1500m의 다카기 미호(24)와 여자 팀추월 팀도 세계 최강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 출전하는 '천재 보더' 히라노 아유무(20)와 여자스키점프 다카나시 사라(22)도 금메달이 유력하다. 히라노는 하프파이프 세계랭킹 1위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월드컵 최다 우승(53회) 기록을 갖고 있지만 정작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다. 소치 대회 남자 피겨 싱글 1위 하뉴 유즈루(24)도 최근 부상을 털고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2018-01-09

괴력 추월자 '아이언맨' 안방서 썰매 황제 굳힌다

평창 올림픽 라이벌 열전 설날 대관식 꿈꾸는 윤성빈 이번 시즌 월드컵 첫 뒤집기 성공 4년 만에 세계 70위서 1위 도약 홈 이점 최대 활용 금빛 질주 전략 라트비아의 '수퍼맨' 두쿠르스 썰매 교과서 같은 기술의 끝판왕 2009년부터 8시즌 연속 세계 1위 "첫 올림픽 금 놓칠 수 없다" 별러 한국 썰매 종목 첫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아이언맨' 윤성빈(24.강원도청). 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2012년 9월 스켈레톤에 입문해 5년 만에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른 그는 '최고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다'는 말을 되새기며 평창올림픽에서 진정한 '대관식'을 꿈꾸고 있다. 그가 최고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가 있다. 남자 스켈레톤의 '끝판왕'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다. '스켈레톤의 황제'로 불리는 두쿠르스의 별명은 '수퍼맨'이다. 모든 트랙을 지배하는 '수퍼 히어로'라는 의미다. 그래서 평창올림픽 스켈레톤은 '수퍼맨'과 '아이언맨'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언맨은 물론 윤성빈의 별명이다. 윤성빈은 영화 아이언맨을 좋아해서 헬멧 디자인도 아이언맨이다. 윤성빈은 "다른 나라 선수가 아이언맨 피규어 인형을 사서 선물해 준 적도 있었다. 아이언맨은 나를 상징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아이언맨과 수퍼맨의 대결은 설 연휴 기간인 다음달 15일과 16일 열린다. 이틀간 네 차례 레이스를 통해 우열을 가린다. 썰매에 엎드려 최고 시속 140㎞의 스피드로 1500m 안팎의 얼음 슬라이딩 트랙을 내려오는 스켈레톤. 이 무대는 한동안 '두쿠르스의 세상'이었다. 봅슬레이 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4세부터 스켈레톤 선수로 활약한 두쿠르스는 17세에 라트비아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2009~2010 시즌 4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 해부터 8시즌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2013년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윤성빈에게 '큰 산' 두쿠르스를 넘는 건 꿈같은 일이었다. 두쿠르스는 '스켈레톤의 교과서'와 같았다. 윤성빈은 지난 2015년 3월 인터뷰에서 "영상을 보면서 두쿠르스의 기술을 배웠다. 그 때 만해도 '넘사벽(넘기 힘든 벽이라는 뜻)'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윤성빈은 혹독한 훈련과 엄격한 자기 관리로 기량을 발전시켰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1000번 이상 했고, 스쿼트(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 무게를 130㎏에서 240㎏까지 높였다. 그 덕분에 2013년 70위였던 세계랭킹이 2018년 1월 현재 1위로 뛰어올랐다. 두쿠르스를 대하는 윤성빈의 태도도 달라졌다. 윤성빈은 지난 2016년 2월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15~16 시즌 월드컵 7차대회에서 두쿠르스의 7회 연속 월드컵 우승을 저지했다. 윤성빈은 "살면서 그렇게 큰소리를 쳐본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2015~16 시즌 월드컵에서 두쿠르스에 1승7패로 밀렸던 윤성빈은 2016~17 시즌엔 3승5패로 격차를 좁혔다. 그리고 올 시즌엔 3승2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두쿠르스의 자세도 달라졌다. 윤성빈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자 경계하는 자세가 역력하다. 윤성빈은 "두쿠르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 선수는 나한테 인사도 안한다"고 말했다. 두쿠르스 역시 평창올림픽 무대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을 휩쓸고도 3차례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은메달 2개만을 따냈기 때문이다. 두쿠르스는 지난해 3월 평창 월드컵에서 윤성빈을 0.01초 차로 제치고 우승한 뒤 "평창에서 첫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두쿠르스에 맞서는 윤성빈은 홈트랙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금메달을 따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특히 '스타트' 기술을 보강해 두쿠르스를 꺾는다는 각오다. 윤성빈은 15일부터 평창에서 실전 훈련을 시작한다. 평창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다음달 13일까지 다른 나라 선수단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개최국 선수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루에 6차례 이상, 보름간 100회 가량 썰매를 타면서 트랙을 몸으로 외우겠다는 것이다. 썰매 종목에서 스타트는 전체 레이스를 좌우한다. 스타트에서 탄력을 받아 빠르게 차고 나가면 추진력이 살아나 전체 레이스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윤성빈의 스타트는 나날히 좋아지고 있다. 올 시즌 5차례 월드컵, 9차례 레이스에서 스타트 기록이 한번도 2위 바깥으로 밀리지 않았다. 윤성빈은 "비시즌에 200m 육상 트랙을 달리며 스타트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고된 훈련을 소화한 결과 스타트 능력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개띠 해를 맞아 윤성빈은 24세가 됐다. 두쿠르스는 열 살 많은 34세다. 윤성빈이 뜨는 해라면 두쿠르스는 지는 해다. 개띠인 윤성빈은 압도적인 스타트 능력을 바탕으로 두쿠르스의 기를 꺾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윤성빈은 "지난해 3월 평창월드컵에서 두쿠르스에 0.01초라 뒤져 은메달은 딴 것이 약이 됐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해 윤성빈의 눈물이 아쉬움의 표현이었다면 올해 평창올림픽에선 기쁨의 눈물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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